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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제작한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뷰 글 대표 썸네일 이미지 입니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뷰 – 감정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책

감정이라는 단어는 늘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제대로 바라본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누구나 화를 내고, 기뻐하고, 불안해하고, 서운해하지만
그 감정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깊이 의심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어쩌면 감정은 그냥 ‘나’라고 믿어버리는 게
살아가는 데 더 쉬웠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감정이 너무 빠르게 달아오르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흔들리고
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반응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감정이라는 게 이렇게 제멋대로였나?’
그 질문이 조용히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즈음에 읽게 된 책이 바로
리사 펠드먼 바렛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였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나는 이 책이 기존 심리학처럼
감정의 종류를 나열하거나
감정 조절법을 알려주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장 넘기지 않아
이 책은 그런 종류가 아니라는 걸 단번에 느낄수 있었다

이 책은 감정을 ‘주어진 사실’로 보지 않는다.
감정을 ‘뇌가 만들어내는 예측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사실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나도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화가 나면 그냥 화가 나는 것이고
슬픔이 오면 슬프게 느끼는 것이고
불안은 이유 없이 밀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 책은 그 모든 것들을
사실은 내 뇌가 만들어낸 하나의 ‘구성’이라고 설명한다.


뇌가 감정을 구성한다는 말은,
감정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누구나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같은 세상을 보지 않는다.
같은 자극을 받지 않는다.
같은 맥락을 경험하지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같은 감정을 느끼지도 않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한 동안 멈춰 서서 조용히 돌이켜 보았다
그동안 나는 내 감정을 너무 진짜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내가 화가 났다면
그건 그럴만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서운했다면
마찬가지로 그럴만한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은 늘 외부 자극의 반응이라고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이 책은 완전히 다른 그림을 제시했다.
감정은 반응이 아니라 예측이고,
그 예측은 대부분 과거에서 온다.
뇌는 하루에도 수천 번씩
몸의 감각과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빠르게 결정한다.
그 결정이 바로 감정이다.

이 말이 처음에는 너무 과학적이고
조금 냉정해 보이기도 했다.
마치 내가 느껴온 감정들이
다 만들어진 것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개념이 내 감정을 더 자유롭게 해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감정이 고정된 게 아니라면
바꿀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고
나를 요동치게 만드는 감정을
내가 직접 구성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마음속에 뭉쳐 있던
불필요한 감정의 ‘진실’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느껴온 불안,
설명할 수 없었던 억울함,
패턴처럼 반복되던 분노,
사람 앞에서 이유 없이 굳어지던 감정들.
그 하나하나가
대단한 상처 때문이 아니라
뇌의 예측 때문일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면서도 동시에 해방감이었다.

감정이 나를 만든 게 아니라
내가 감정을 만들어왔다는 사실.
이건 내 감정의 주인이
나라는 존재로 다시 돌아오는 순간과 같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자주 떠올랐던 질문은
“그렇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정말 ‘현재의 나’로부터 온 걸까?”였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있다.
별일 아닌 말에도 마음 한쪽이 스치듯 따끔해지는 순간이 있고
이미 수없이 끝낸 줄 알았던 감정이
어떤 장면에서 갑자기 살아나
마치 방금 일어난 일처럼 내 안을 흔들고 미치게 만들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 감정을 나는 통제할 수 없을까 라며 무기력함을 느낄 때가 많았고
왜 그런지 명확한 이유를 알 수가 없어 늘 답답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흐릿한 이유를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뇌는 현재를 있는 그대로 처리하지 않는다
뇌는 과거를 참고해 미래를 ‘예측’한다.
즉,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지금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내 뇌가 “지금 이런 상황이면 아마 이런 감정을 느낄 거야”라고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결과물
이라는 것이다.

책에서의 이 설명 글귀는
내 안에서 깊은 울림이 있었다

“내 감정은 나의 과거가 지금을 대신 해석한 것이다.”

그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수많은 순간이
서서히 정리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별것 아닌 말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이유는
실제로 그 말이 문제라기보다
과거의 어떤 경험이 유사한 신호로 인식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불안해지는 이유도
상대의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뇌가 예전에 느꼈던 상실이나 두려움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 감정을 만들어낸 것일 수 있다.
그러니까 그 불안은 현재에서 온 불안이 아니라
과거가 보내는 예측 신호에 가까운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내가 감정에 끌려다닌 시간이 정말 많았지만
그 끌려다님이 잘못이 아니라
뇌의 구조 자체가 그런 것이었다니
어떤 종류의 자기 용서가 자연스레 따라왔다.

책의 또 다른 핵심은
감정이 생기기 위해서는 ‘개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감정을 설명하는 단어들이
감정 자체를 구성하는 재료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짜증 난다”라는 개념이 없는 문화에서는
지금 우리가 느끼는 미세한 짜증을
짜증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언어가 감정을 규정한다는 말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아이를 보면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 수가 적을수록
느끼는 감정도 단순하다.
화, 슬픔(울음), 기쁜(웃음) 정도.
단어가 늘어날수록
감정의 종류도 섬세해지고
미묘한 정서 차이를 구별하게 된다.
이건 단순히 언어가 풍부해지는 게 아니라
감정의 깊이도 폭도 넓어지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감정을 표현할 때
가능하면 조금 더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예전에는 그냥 “짜증나”라고 했을 상황도
“이러이러해서 약간 불편한 느낌이 든다”
“이런 상황이 이렇게 생각이 되어 조금 억울하다”
“갑작스러운 상황 때문에 좀 당황된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면
감정이 흐려지지 않고 오히려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책에서는 이런 과정을
“감정 개념의 정교화”라고 설명한다.
감정 개념이 정교할수록
감정 조절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즉, 감정 어휘를 많이 알고
감정을 언어로 잘 정리할수록
감정의 폭풍에 덜 휘둘리게 된다.

나는 감정이 ‘폭풍’처럼 느껴질수록
그 감정이 더 진짜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강렬한 감정일수록
그 감정이 ‘본질’이라고 착각하기 쉬웠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감정의 강도는 본질의 강도가 아니라
내 뇌가 가진 감정 개념의 제한 때문일 수 있다고.

감정 개념이 정교하지 않을수록
뇌는 넓은 범위의 감정을
하나의 이름으로 뭉뚱그려 처리한다.
그래서 감정 폭발처럼 느껴질뿐
실은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대목을 읽을 때
마치 오래된 감정의 서랍을 여는 기분이었다.
내가 억울함, 분노, 서운함, 불안함을
모두 ‘화난다’라고만 느껴왔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 서랍을 열어본 순간에서야 알게 되었다.

감정의 언어가 깊어지면
감정의 폭이 넓어진다.
감정의 폭이 넓어지면
감정의 해석 능력이 좋아진다
감정의 해석 능력이 좋아지면
감정의 선택권이 생긴다.

감정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은
감정이 통제 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라
감정이 어떤 의미에서 오는지를 정확히 바라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바라봄이
감정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 중 하나가 있다.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다시 구성한다는 것이다.”

감정은 내가 선택한 적 없는 방식으로 나를 흔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내가 한 번도 의식하지 않은 방식으로
나를 지탱해주기도 한다.
감정은 불편하지만
감정은 또 생존이기도 하다.
불안이 나를 그 불안을 대비하기 위해 또는 이겨내기 위해 움직이게 하고
슬픔이 나를 어떤 면에서 깊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분노가 내 자신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해 주기도 한다
감정은 그냥 어떤 불필요한 귀찮은 장벽이 아니라
결국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어떠한 구성체, 구조이기도 한 것이다

감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면
감정이 덜 낯설어진다.
감정이 덜 낯설어지면
두려움이 줄어든다.
두려움이 줄어들면
나는 감정 때문에 흔들리는 존재에서
감정을 활용할 수 있는 존재로 바뀐다.

이 책이 나에게 준 변화는
정확히 이 지점이었다.
감정을 더는 ‘참아야 하는 것’이나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현상’으로 보게 된 점..

그 변화는 생각보다 조용했지만
내 일상의 곳곳을 바꾸기 시작했다


감정이 뇌의 예측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내 감정의 움직임들이 조금씩 재해석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어떤 감정이 올라오면
그 감정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겼다.
화는 참아야 하고,
불안은 없애야 하고,
슬픔은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 같은 것이 늘 있었다.

하지만 책이 말하는 감정의 작동 방식을 알고 나니
감정은 사라져야 할 것이 아니라
이해되어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천천히, 그러나 깊게 깨닫게 되었다.

그 깨달음은 생각보다 실생활에서 자주 떠올랐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말투가 예민하게 느껴졌을 때
이전 같으면 나는
“왜 이렇게 말하지?”
“내가 뭘 잘못했나?”
그렇게 즉각 반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나에게 먼저 묻는다.
“지금 이 감정은 지금 이 상황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과거의 비슷한 어떠한 기억을 불러온 걸까?”

이 질문 하나만 해도
감정의 결이 달라진다.
상대의 말투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어떤 장면의 잔상이
지금 여기에 스며든 것이 아닌지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감정을 탐구한다는 건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예측 모델’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것은 단순히 심리적 접근이 아니라
뇌과학적 이해에 가깝다.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순간순간 예측하고 조합한다.
우리가 인지하는 감정은
그 수많은 예측 중 극히 일부일 뿐인 것이다

책에서는 이를 “감정 형성 이론”이라고 말한다.
감정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사적 반응이 아니라
과거 경험과 개념적 지식, 그리고 현재의 맥락을 조합해
뇌가 만들어낸 하나의 ‘해석’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설명을 읽으며
가끔 이유 없이 느껴지던 감정들의 출처가
사실은 이유 없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감정들은 나의 과거와
나의 환경과
나의 몸이 보내는 신호가 합쳐져
지금의 장면을 ‘이렇게 해석하자’며
뇌가 만든 결과물에 가까웠던 것이었다

예전에는
감정을 ‘내가 현재 진실 되게 느껴지는 바꿀 수 없는 것. 내 자신 자체라고’만 여겼지만
지금은 감정을 ‘나의 뇌가 선택한 의미’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 차이는 크다.
감정이 내 자신 자체라고 믿으면
감정은 변하지 않는 성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감정이 해석이라고 생각하면
해석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 바뀔 수 있다.
그 바뀔 수 있음이
감정을 덜 두려워하게 만든다.

책에서는 특히
감정의 개념화 능력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러 연구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감정을 정확하게 언어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더 강하고
갈등 상황에서 회복력이 높고
우울감이나 불안을 더 잘 다룬다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내가 성장 과정에서 익힌 감정 언어가
얼마나 제한적이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어렸을 때 가정에서는 감정에 대한 표현이나 표출은
억제를 잘 해야 성숙한 사람이라고 배웠고
감정을 자주 표출하거나 섬세하게 표현하는 건
‘예민하다’고 여겨졌고
학교에서는 감정보다 성적이 더 중요했고
사회에서도 개인의 감정보다 업무의 성과와 효율이 먼저였다.
이렇게 사실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울수 있거나
표현 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정에 대한 언어가 충분히 확장되지 않은 채
성인이 된다.

이렇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사실 마찬가지다.
충분한 감정 표현이 제한되는 환경에 오래 노출 되다 보니
뇌는 감정을 더 정교하거나 세밀하게 해석하거나 정의하거나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면 뇌는 단순화된 감정 예측만을 만들고
감정에 대한 해석과 표현은 더 투박하고 단순하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느끼는 감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불안할 때는 무엇으로 인한 불안감인지
막연한 불안감인지
어떤 예상 가능한 불안인지
객관적으로 구분해보려고 했다.

서운함을 느낄 때도
그 서운함이 “기대가 무너진 서운함”인지
“소통이 어긋난 서운함”인지
“존중받지 못했다는 느낌에서 온 서운함”인지
한 번 더 들여다보려고 했다.

그렇게 감정을 정확히 이름 붙일수록
감정은 모호한 안개처럼 날뛰지 않는다.
감정은 뚜렷한 형태를 가진 하나의 객체처럼 여겨지고
형태를 가진 감정은
그만큼 이해하기 쉬워지고
이해할 수 있으면
받아들이기도 쉬워진다

감정을 ‘없애야 할 감정’이아니라
‘정확하게 이름 붙일 수 있는 신호’로 보기 시작하면
감정은 점점 덜 무서워진다.
감정이 줄어든 게 아니라
감정을 감당하는 내가 넓어지는 것이다.

책은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감정은 몸의 상태와 아주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심장 박동, 근육의 긴장, 호흡의 속도 등)를
뇌가 해석하여 감정으로 구성한다.
그래서 잠을 못 자거나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거나
신체 컨디션이 떨어지면
감정이 예민해지고 불안해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감정이 예민한 날의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그동안 나는 감정이 흔들리는 날이면
“왜 이러지, 내가 참아야지”
하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하지만 사실 그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몸이 지치면 뇌는 예측을 더 부정적으로 한다.
예측이 부정적이면 감정도 부정적으로 구성된다.

그러니 감정을 다루기 위해서는
마음만 돌볼 게 아니라
몸을 돌봐야 한다
는 말이
아주 실감 나게 다가왔다.

감정은 전기 신호도 아니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누가 만들어준 것도 아니다.
감정은 나라는 존재가
살아오면서 축적한 모든 경험들이
한순간에 조합되어 나타나는 것
이다.

그걸 알게 되면
감정 앞에서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조금 더 따뜻하게
자기 자신을 대하게 된다.


감정이 몸의 상태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내가 지나온 많은 순간을 새롭게 비추어주었다.
특히 감정이 이유 없이 흔들리던 날들을 떠올리면
그날의 감정은 사실 이유가 없었던 게 아니라
몸이 보내는 수많은 신호가
그날의 나를 해석하는 뇌의 방식 자체를 바꿨던 것인지도 모른다.

예컨대
잠을 거의 못 자고 출근했던 어느 날
사소한 말에도 과하게 예민해졌던 사건이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왜 이렇게 예민하지?’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그날의 감정이
“내신경계가 이미 과부하 상태였기 때문”이라는
다른 해석으로 옮겨온다.
감정의 원인을 나의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로만 돌리지 않아도 되자
오랫동안 스스로에게 느꼈던 열등감이나 자책감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감정에 잘 휘둘리는 날은
감정이 강해서가 아니라
몸이 이미 지쳐 있기 때문이다.
몸이 흔들리면 감정이 흔들리는 건
어쩌면 아주 당연한 과정이다.

여기서 나는
감정을 관리하는 가장 첫 번째 단계가
마음을 단단히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확실히 알게 되었다

뇌는 몸의 신호를 바탕으로 감정을 예측한다.
그렇다면 몸이 안정될수록
뇌가 만드는 감정은 덜 극단적이며
더 부드럽게 구성된다.

이 깨달음은 단순해 보이지만
내 일상에 미친 영향은 꽤 컸다.
예전에는 감정이 요동치면
무조건 심리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했지만
요즘은 몸의 상태부터 점검한다.
“어제 잠을 어떻게 잤지?”
“오늘 물을 얼마나 마셨지?”
“혹시 지금 배고프지 않나?”
“심장이 평소보다 조금 더 빨리 뛰는 것 같지 않나?”

이런 기본적인 체크만으로도
감정이 잘못된 게 아니라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순간
감정은 나를 위협하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려는 감정으로 다시 보인다.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과
감정에 ‘지배되는 사람’의 차이는
감정의 강도나 감정의 종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에서 온다
그 이해는 지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세밀하게 살피는 훈련에서 온다는 점이
책을 읽는 내내 크게 다가왔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개념 중 하나는 바로
“개념적 행동”이라는 말이었다.
이는 감정이 우리가 경험하고 기억하고 언어화한
모든 개념을 기반으로 구성된다는 뜻이다.
즉, 우리가 살아온 환경과 배운 언어·문화·관계의 모든 구조가
현재의 감정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감정 반응이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나는 이 개념을 배운 이후
타인의 감정을 보면서
예전보다 훨씬 덜 판단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사소한 말에도 상처를 받고
누군가는 같은 말에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이유가
그 사람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흔적, 삶의 히스토리’ 때문이라는 걸
이제는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령
직장에서 상사의 한마디에 금방 위축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약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경험에서 ‘높은 권위자에게 들은 말’과 연결된
감정적 기억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좌절과 두려움, 무력감 같은 감정을
지금 이 장면 위에 덧씌울 수도 있다.

반대로
같은 말에도 태연하게 넘어가는 사람은
그런 감정적 연결고리가 덜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구성하도록
뇌가 학습해온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관점은 인간 관계를 깊이 있게 바꾸어 놓는다.
나는 이 책 덕분에
타인의 감정을 더 ‘해석할 수 있는 신호’로 볼 수 있게 되었고
그 감정이 나를 겨냥한 것이라는
습관적인 오해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되었다.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감정 오해가 더 치명적이다.
가까운 만큼 말의 의미가 더 크게 들리고
사소한 표정 하나에도
과거의 감정이 오버랩 되어
지금의 사건보다 더 큰 감정 폭풍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감정 구성 이론을 알고 나면
그 폭풍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폭풍이 갑작스럽게 생긴 것이 아니라
내 뇌가 과거를 불러와
지금의 장면을 ‘이런 상황은 이렇게 느끼겠지’라고
해석한 결과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 이해는
관계에서 오가는 감정의 무게를
예전처럼 상대에게 던져버리지 않고
한 번 더 나에게 돌아오게 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정말 지금 이 상황에서 온 것일까,
아니면 내가 살아온 감정의 기억들이
순간적으로 떠올라 만들어낸 것일까.”

이 질문은
관계를 훨씬 부드럽게 만든다.
상대를 덜 의심하게 만들고
나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부드러움은
감정이 폭발하기 직전의 순간을
한 번 더 멈추게 하는 힘이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감정이 나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정을 해석하는 방식이
결국 나의 세계를 만든다
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감정이란 결국
내 경험의 역사와
내 몸의 신호와
내 언어의 구조가
하나로 엮여 만들어낸
나만의 ‘내적 세계’
다.

그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결국 나를 이해하는 일과 같은 말이다.


감정이 구성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니
감정을 바라보는 시선뿐 아니라
감정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감정이 올라오면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참아내거나
혹은 정반대로 감정에 휩쓸려버리는 방식밖에 몰랐다.
감정이라는 것은
마치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물결처럼
나에게 ‘일어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그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뇌가 어떤 의미를 구성하고 있는지를
잠시 멈춰서 들여다보게 된다.
이 “잠시 멈춤”은
감정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지나가는 길을 바꾸는 작업에 가까웠다.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을 자세히 보면
감정은 사건보다 먼저 반응이 일어나기도 하고
사건보다 늦게 밀려오기도 한다.
때때로 감정은
실제 상황보다 훨씬 과장되기도 하고
거꾸로 실제 충격보다
이상하리만큼 무덤덤하게 지나가기도 한다.
이런 불균형은 뇌가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뇌는 현재를 과거의 틀에 맞춰 해석한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
감정을 바라보는 눈빛이 갑자기 부드러워진다.
내 감정이 이상한 게 아니라
뇌가 나를 보호하려고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예측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니
그 감정을 탓할 필요가 없어졌다
.

책에서 설명하는 감정의 또 중요한 요소는
‘맥락’이다.
감정은 맥락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똑같이 심장이 빨리 뛰어도
상황과 기억과 해석에 따라
그 감정은 완전히 다르게 구성된다.

예를 들어
심장이 빨리 뛰는 감각이
운동 중이라면 건강한 활력으로 느껴지고
데이트 직전이면 설렘이 되고
갑작스런 위협 앞에서는 공포가 된다.
똑같은 신체 신호인데
맥락이 다르면 감정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감정은
신호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라는 뜻이 된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감정 조절이란 결국
신호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해석을 조금씩 바꾸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석이 바뀌면
감정의 색도 바뀐다.

가령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으면
즉각 방어적인 감정이 올라왔다.
왜냐하면 나의 뇌는
‘지적 = 공격’이라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그 순간을 해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 순간을 조금 다르게 본다.
몸이 긴장되는 신호는 그대로이지만
그 신호를 ‘공격’이 아니라
‘상황을 개선하려는 피드백’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해석이 달라지면
똑같이 심장이 뛰어도
그 감정이 예전처럼 폭발적이지 않다.

감정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되는 것
이다.
이 말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 중 하나였다.

책은 또한
감정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과거 경험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때 말하는 경험은
큰 사건이나 트라우마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아주 사소한 반복적 경험들,
어린 시절 들었던 말들,
익숙한 표정들,
내가 자라온 문화와 가치관 전체가
감정의 틀을 만든다.

그래서 감정의 ‘틀’을 이해하는 일은
나 자신을 다시 읽는 작업과 비슷했다.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이해하려면
내가 어떤 언어 속에서 자랐고
어떤 말을 들으며 성장했고
어떤 감정을 허용받았고
어떤 감정을 금지당했는지를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감정보다
‘불안’에 더 빠르게 반응하는 이유를 조금 알게 되었다.
불안이 나에게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여러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몸과 마음이 만들어낸 하나의 생존 전략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 관계나 중요한 선택 앞에서
가장 먼저 올라오는 감정이
불안인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감정은 낯선 적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감정은 내 안에서
오랫동안 나를 지켜주던 내부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가
때로는 지나치게 강해져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 감정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는
늘 생존과 보호였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감정을 단순한 ‘뇌의 반응’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우리의 사회적, 문화적, 관계적 세계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다룬다는 것이다.
감정은 생물학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이다.
이 말은 감정을 바꾸고 싶다면
우리가 속한 환경,
우리가 듣는 언어,
우리가 맺는 관계 역시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감정 조절이 개인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감정을 증폭시키기도 하고
감정을 안정시키기도 한다.
사람이 안전한 관계 안에 있을 때
뇌는 더 부정적으로 예측하지 않고
감정의 폭도 덜 거칠어진다.

반대로
불안이 많은 환경,
끊임없이 비교와 경쟁을 해야 되는 환경,
늘 뭔가를 실수하거나 잘 못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뇌는 늘 최악을 대비한다.
최악을 대비하면
감정 역시 더 거칠게 구성된다.
이런 감정의 구성 방식은
결국 삶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그래서 감정을 잘 다루는 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일에 가깝다.
감정은 내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바깥과 끊임없이 연결된다.
내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말을 듣고
어떤 문화 안에서 살아가고
어떤 환경 속에서 일하느냐가
감정의 예측을 바꾼다.

이 부분을 읽고 나서 나는
내가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많은 시절을
다시 이해하게 되었다.
그 시절의 감정은
내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속했던 환경의 문제이기도 했다.
환경이 바뀌면
감정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이 단순한 원리는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감정은 내 탓이 아니었다.
감정은 내가 살아오면서 배운 것이었다.
그 배움을 바꿀 수 있다면
감정 역시 다시 구성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래서
감정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이해하게 해주는 동시에
감정을 다시 구성할 수 있다는
아주 근본적이고도 강력한 희망을 남긴다.


감정이 환경의 영향을 깊이 받는다는 사실은
어쩌면 누구나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은 그걸 단순한 경험적 직관이 아니라
뇌가 감정을 예측하는 방식 자체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근본적인 이해를 제공해준다.

뇌는 늘 효율을 추구한다.
불필요한 계산을 줄이고
더 빠르게 생존할 수 있도록
‘예측’이라는 방식을 사용한다.
예측은 과거의 경험과 환경을 반영해
현재를 해석하는 가장 빠르고 경제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오랫동안 불안한 환경에서 자라왔다면
뇌는 그 환경을 기준으로
지금 이 순간도 불안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 예측이 바로 감정이다.
그러니 불안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뇌가 만들어낸 가장 익숙한 해석 패턴일 수 있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
내 감정이 ‘내 잘못’이라는 느낌에서 벗어나게 된다.
감정은 나의 책임이 아니라
나의 환경이 나에게 가르쳐준 해석이다.
그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감정 역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책은 이 지점을 아주 명확하게 설명한다.
감정은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뇌에게 오래 가르쳐온
하나의 ‘습관적 해석 구조’다.
이걸 이해하고 나면
타인의 감정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진다.
예민해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예민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뇌가 오래된 두려움에 대비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해한 순간
누군가의 감정이 더 이상 공격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 감정은 그 사람의 역사를 말해주는 하나의 언어일 뿐이다.
이 관점이 관계를 변화시킨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내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겪었던 많은 오해를
한 번에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반응이 심하게 느껴졌던 순간,
그 반응이 내 잘못이라기보다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에서 비롯된 감정 예측이었다면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감정이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방식은
특히 가족, 연인, 직장처럼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복잡해진다.
가까운 관계는 감정적 기억을 더 많이 쌓기 때문에
뇌가 더 많은 예측 신호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일수록
감정이 더 빨리, 더 강하게, 더 거칠게 반응한다.
이건 아이러니하지만
그만큼 상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오해도 크다.
특히 한국 문화 안에서는
감정 표현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감정의 ‘설명’ 없이 감정만 교환되는 상황이 많다.
감정을 설명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그 감정을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이기 쉽고
그런 오해가 쌓이면
관계는 어느 순간 갑자기 멀어져 있다.

책을 읽고 나니
감정을 설명한다는 건
단순히 감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나의 뇌가 어떤 예측을 하고 있었는지
조금씩 열어보이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이 관계를 견고하게 만든다.

예전에는
감정을 설명하는 것이
마치 변명처럼 느껴져서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감정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에게 나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됐다.

“방금과 같은 상황은 내가 불안함을 느끼게 만들어
아마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내가 그렇게 해석되어지고 느껴지게 된 것 같아.”

이 문장을 실생활에서 말하는 것이
어색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이런 소통이 쌓이면
감정은 더 이상 오해의 언어가 아니라
관계의 다리가 된다.



책의 후반부에서
리사 펠드먼 바렛은
감정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가
“감정 granularity, 정서 세분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이 능력은 감정을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구분하는 힘이다.
감정을 2~3개의 큰 범주로 느끼는 사람보다
30~40개의 섬세한 정서 언어를 가진 사람이
감정을 훨씬 더 안정적으로 다룬다고 한다.

정서 세분화 능력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놀라울 정도다.
이 능력이 높은 사람들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더 잘 해석하고
감정적 충돌에서 덜 휘둘리며
관계 속 갈등을 더 유연하게 해결하고
심지어 신체 건강 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고 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 감정을 더 넓고 세밀하게 표현할수록
내 세계도 그만큼 넓어진다는 사실이
마치 새로운 창을 여는 듯 느껴졌다.

감정을 다루는 능력은
그 사람이 ‘정신적으로 성숙했다’는 것과 다르다.
감정을 다루는 능력은
그 사람이 가진 감정 언어의 폭과
그 언어로 감정을 해석할 수 있는
인지적 훈련의 정도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은
감정을 덜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더 정확히 바라보는 사람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감정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특별한 기록이 아니라
그날 느꼈던 감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감정 하나를
가능한 한 세밀하게 적어보는 방식이다.

예전 같으면
‘짜증남’ 정도로 끝났을 감정도
지금은
“억울함과 실망이 섞였고,
그 안에 약간의 무력감이 있다.
원인은 상대의 말투가 아니라
내가 현재 불안정한 컨디션에서
상황을 부정적으로 예측했기 때문.”
이렇게 쓸 때가 많다.

이런 기록을 계속하다 보니
감정의 흐름이
예전처럼 나를 강하게 끌고 가지 않는다.
감정은 여전히 올라오지만
그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를 아는 순간
나는 감정에 휘말리지 않게 된다.

감정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는 것.
그 이해가
감정을 통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이 책은 말한다.
감정은 자연적으로 흘러가는 강물이 아니라
우리가 구성하는 지형 위에서 흐르는 물길과 같다.
지형이 바뀌면
물길도 바뀐다.

우리가 가진 언어,
우리가 가진 기억,
우리가 가진 신체감각,
우리가 가진 관계의 패턴이
감정이라는 물길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감정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길을 바꾸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지형을 조금씩 조정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감정이라는 물길을 바꾸는 일이
곧 내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나는 감정을 더 이상 ‘참아야 하는 것’이나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것’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뇌가 만들어낸 하나의 예측 모델이기에
그 예측의 순간과 관점을 조금씩 조정해나가는 것만으로도
전반적인 삶이 달라질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서 강조하는 점은
감정이 상황을 바라보는 해석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해석이 달라지면
감정이 달라지고
감정이 달라지면
행동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진다.

이 간단한 구조가
어쩌면 삶의 모든 변화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감정을 다루는 일이 너무 어렵다고 느꼈다.
감정은 예측할 수 없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감정은 갑작스러운 폭풍이 아니라
뇌가 만들어낸 하나의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명은 언제든 다시 쓸 수 있다.

감정을 다시 구성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다.
책에서도 반복적으로 언어의 중요성이 나온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능력은
감정의 질서를 회복하는 작업과 같다.
감정을 이름 붙일 수 있다면
그 감정이 나를 휘어잡기는 어려워진다

나는 이 사실을 이해하고 난 뒤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다.
감정을 세밀하게 설명하는 일이
낯설기도 하고,
가끔은 감정을 더 크게 만드는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을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
감정을 안정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언어는 뇌가 감정을 다시 조립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불안하다’라는 감정 대신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은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고,
그 생각은 사실 과거의 경험에서 온 예측일 뿐
현재 상황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감정은 더 이상 나 자체가 아니라
하나의 정보가 된다.

책에서는 이 과정을
‘재평가(reappraisal)’라고 부른다.
재평가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도 아니고
감정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감정이 오기 전의 신호와 맥락을
다시 해석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할 때마다
감정이 조금씩 덜 날카로워지고
덜 무겁고
덜 무섭게 느껴진다.

감정을 다루는 또 하나의 방법은
예측 모델을 업데이트하는 일이다.
뇌는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감정을 예측한다.
그렇다면
과거 경험 말고 새로운 경험을 쌓으면
뇌는 감정을 다르게 예측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일부러 나에게 긍정적 경험을 더 자주 만들어주려고 했다.
예전에는 불안했던 상황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시 경험하는 방식으로
뇌가 새로운 신호를 배울 수 있게 했다.

가령
사람들 앞에서 의견을 말하는 것이
그냥 싫거나 피하고 싶거나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과거의 경험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뇌는 ‘의견 말하기 = 어차피 말 해도 소용 없음이라는 무기력함을 느끼는 행위 또는 진정성을 갖고 얘기했던 것들에 대해 부당한 묵살 당함의 경험으로 인한 무기력함과 분노를 재차 느낄 수 있는 행위 ’라고 예측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작은 의견이라도 별로 말하고 싶은 의욕조차 없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은 뒤
나는 그 예측을 조금씩 바꿔보기로 했다.
의견을 내야 되는 아주 작은 회의에서
가볍게 한 마디 정도 의견을 말해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상상했던 만큼의 부정적 반응이 없다는 걸 경험하고 나니
뇌는 그 경험을 새롭게 저장하기 시작했다.

‘아, 이게 꼭 나의 마음을 다치게 하거나 무기력함만 느끼게 하는 위험한 행위는 아니구나.’

이 경험이 반복되자
뇌의 예측도 조금씩 바뀌었다.
예전에는 의견을 말하는 순간
심장이 뛰고 손에 땀이 나는 등
신체 신호가 바로 올라왔지만
지금은 그런 반응이 훨씬 줄었다.
뇌가 새로운 모델을 배운 것이다.

감정은
새로운 경험으로 다시 작성되고 업데이트 할 수 있다.
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경험을 통해 재구성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감정 때문에 삶이 정체되었다고 느꼈던 많은 시간에
큰 위로가 되었다.

나는 감정이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믿었던 적이 있다.
특히 친밀한 관계에서 반복되는 감정의 패턴은
마치 내 성격의 일부처럼 느껴졌고
그 패턴은 내가 어쩔 수 없이 안고 살아야만 하는
감정적 구조처럼 보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감정은 패턴이고
패턴은 경험에서 만들어지고
경험은 바꿀 수 있다.
그러니까 감정 역시
바뀔 수 있다.



책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나는 이상하게
감정이란 단어가
이전보다 훨씬 따뜻하게 다가왔다.
감정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감정은 고칠 대상이 아니라
해석해야 할 현상이었다.

감정은 ‘내 자신 자체’가 아니라
‘나의 뇌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 설명을 이해하고 나면
감정은 더 이상 나를 파괴하는 불길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 신호를 잘 듣고
잘 해석하면
감정은 나에게 길을 잃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길을 보여주는 지도가 된다.

감정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한다는 것과 같다.
그 이해가 깊어질수록
나는 나의 감정을 덜 미워하고
덜 부끄러워하고
덜 두려워하게 된다.

감정을 이해하는 순간
감정은 나를 괴롭히는 존재에서
나를 지키는 존재로 바뀐다.
감정은 나를 멈추게 하는 벽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게 하는 안내문이 된다.

그리고 그 안내문은
늘 조용하게 말하고 있었다.
내가 그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뿐이다.


감정을 이해하는 일이 어느 순간부터
나의 인간관계 전반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관계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을
상대의 행동이나 말투에만 연결지었다.
상대가 조금만 달라져도
그 작은 변화가 내 감정 전체를 뒤흔드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걸 당연하다고 여겼다.
감정은 상대가 만들고
나는 그 감정에 반응하는 존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나는 감정이 상대가 준 자극 때문이 아니라
내 뇌가 그 자극을 어떻게 예측하고 해석하느냐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아주 조용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이해가 시작된 뒤로
나는 관계에서 더 이상
상대의 감정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고
상대의 감정 때문에
내 감정까지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은
“오해”를 보는 방식이었다.
감정 구성 이론을 알고 나면
오해는 단순한 언어적 실수가 아니라
뇌가 만든 서로 다른 감정 예측의 충돌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두 사람의 감정이 충돌하는 순간은
사실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두 개의 예측 모델이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관계 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상대가 나에게 화를 냈다고 해도
그 화는 나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이 가진 과거의 감정 패턴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느낀 서운함도
상대의 행동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상처에서 온
오래된 감정의 에코일 수도 있다.

감정이 예측이라는 관점은
사람을 훨씬 덜 오해하게 만든다.
감정은 서로에게 투사되는 무기가 아니라
서로에게 전달되는 해석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특히 가까운 관계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감정이 더 빨리, 더 직접적으로 반응한다.
예전에는 이 감정의 즉각성을
상대가 나에게 중요해서라고 해석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르게 본다.
감정이 빨리 반응한다는 것은
뇌가 그만큼 그 관계에 대한 예측 모델을 많이 축적해두었기 때문이고
그 경험들이 지금의 장면 위에
질문 없이 그대로 얹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이 빠르게 올라오는 순간에는
그 감정을 무조건 그대로 믿지 않는다.
뇌가 과거의 기억을 오버랩해서 소환한 것인지
지금의 상황에서 온 신호인지
잠시 멈춰서 살펴본다.
그 멈춤은 때로는 관계를 구하고
때로는 나 자신을 구한다.

감정을 다시 구성하는 기술은
삶의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감정은 종종 우리가 선택을 회피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불안해서 시작하지 못하고
두려워서 멈추지 못하고
낯설어서 도전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다.
나는 그동안 그 감정들을
변화의 장애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감정들이 변화와 연결된 신호일 뿐이라는 사실을 안다.

뇌는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려 한다.
그래서 변화 앞에서 느끼는 불안은
사실 아주 자연스러운 생존 반응이다.
그 불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불안을 그대로 믿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감정 구성 이론을 이해한 이후
나는 변화 앞에서 느끼는 불안을
예전처럼 방해물로 보지 않는다.
그 불안은
과거의 경험이 미래를 예측하고 있을 뿐이며
그 예측은 종종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사실
생각보다 자주 틀린다.
뇌는 늘 빠르게 판단하려고 하고
빠른 판단은 종종 부정확하다.
그래서 감정은
우리에게 “조심해”라고 말하지만
그 조심이 꼭 유일한 정답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 사실을 이해한 순간
나는 처음으로
내 감정에 완전히 지배당하지 않는
어른의 감정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감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 시선의 차이가
삶을 아주 크게 바꾼다.

감정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경계(boundaries)’다.
감정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구분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감정을 구분하는 능력이 종종 미성숙함으로 오해되곤 한다.
특히 가족 안에서
감정은 집단적인 것으로 취급되기 쉽다.
부모의 감정이 자녀에게 전이되고
자녀의 감정이 부모까지 영향을 미치고
서로의 감정 경계가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

감정 구성 이론을 배우고 난 뒤
나는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조금 더 확실하게 구분하려고 노력했다.
이 구분은 차갑거나 거리감 있는 태도가 아니라
감정의 구조를 명료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지금 이 감정은 내 감정이다.”
“이건 상대의 감정이다.”
“상대가 화났지만, 그 화의 원인은 내 책임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내가 불안하다고 해서, 상대를 통제할 이유는 없다.”

이 단순한 문장들이
관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감정이 서로 얽혀 있지 않을 때
사람은 더 따뜻하게 만나게 된다.
경계가 명확할수록
감정은 더 부드럽게 흐른다.

이 책은 또한
감정은 개인의 내부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집단 감정(construction of social emotions)’ 속에서도 구성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감정 표현을 모방하거나 동기화 해서
그 감정을 나의 감정으로 받아들일 때가 많다.
그래서 가정, 직장, 친구 관계 등
집단 안에서 감정이 쉽게 퍼지고
감정이 쉽게 전이된다

특히 직장이나 사회 집단에서 경험하는
무기력함, 분노, 피로감 같은 감정들은
개인적인 문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집단이 만들어낸 감정적 공기일 가능성이 크다.
감정은 공기처럼 전염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타인의 감정에 휘말리는 것을
조금 더 경계하게 된다.
나는 예전보다
집단이 만들어내는 감정적 분위기와
내 개인의 감정을
더 명확히 구분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이건 집단의 감정이고,
나는 지금 그 감정의 바람을 스치고 있을 뿐이다.”

이 구분은 때때로
나를 불필요한 감정 소모에서 구해준다.

감정 구성 이론은
우리에게 감정을 부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감정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뇌의 예상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시나리오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감정은 결코
우리의 적이 아니다.
감정은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데이터다.
그 데이터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감정이라는 단어가
어떤 힘을 가진 단어인지
처음으로 깊이 느끼게 되었다.
감정은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고
우리의 행동을 이끌고
우리의 관계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훨씬 더 변화 가능한 구조였다.

감정을 이해한다는 건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 말이
이 책을 읽은 뒤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감정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나는 어느새 감정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감정이 갑자기 솟구치는 날에도
예전처럼 놀라서 움츠러들지 않고
왜 이 감정이 지금 떠오르고 있는지
그 배경을 살펴보게 된다.
감정이 한번 올라오면
그 감정을 밀어내거나 삼키는 대신
조용히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감정이 나에게 말하는 신호는
어떤 날은 따뜻했고
어떤 날은 숨이 막힐 정도로 불편했지만
그 신호들은 모두
내가 살아온 시간에서 만들어진
나만의 해석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그 감정이 나를 휘어잡는 힘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이 변화는 갑자기 찾아온 건 아니었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면서
‘감정은 반응이 아니라 구성물이다’라는 문장을
내 삶의 장면들과 연결 지어보는 과정 속에서
아주 서서히 일어났다.

어떤 감정은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억누른다고 약해지는 것도 아니다.
감정은 이해될 때 비로소 부드러워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나는 감정을 기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감정은 언제나 이유 없이 생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책을 읽고 나서
그 감정들 뒤에는 늘
내 삶의 역사,
나의 기억,
나의 몸,
나의 환경,
그리고 나의 언어가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 난 뒤
어떤 감정 앞에서도
예전처럼 서두르지 않게 되었다.
감정을 바로 판단해버리던 습관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감정에 실려 있던 무게가 가벼워진 것이 아니라
그 무게를 붙잡는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특히 어떤 감정은
언어가 붙여지는 순간
마치 안개 속에서 형태를 찾아가는 것처럼
천천히, 그리고 명확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과 같다.

감정의 이름을 말할 때
나는 동시에
내 마음의 어떤 부분을 드러내게 된다.
그 드러냄이
나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감정이란 말은
어쩌면 우리가 평생을 두고
다시 배우고, 다시 이해하고, 다시 구성해야 하는
아주 근본적인 언어인지도 모른다.

사람이란 존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감정은 그 복잡함이 만들어낸
가장 정직한 신호다.
그 신호를 잘 읽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도
그 사람의 감정도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을 덮으면서
나는 감정 구성 이론이
단순한 과학적 설명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따뜻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구성하는 힘은
결국 우리 모두가 가진 능력이며
그 능력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감정이 나의 적이 아니라
나의 언어라면
나는 그 언어를 더 잘 배울 수 있다.
감정이 나를 흔드는 폭풍이 아니라
나에게 무엇인가 말하려는 신호라면
나는 그 신호를 더 잘 들을 수 있다.

게임처럼 감정을 조종할 필요도 없다.
감정은 원래 조종되지 않는다.
감정은 이해될 뿐이다.
이해되면
무서운 감정이 줄어들고
대처할 수 있는 감정이 늘어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어떤 영웅적인 행동도 필요하지 않다.
단지 하루에 한 번,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의 이름을
조금 더 정확하게 붙여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 몸이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잠시 호흡을 멈추고 들어다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의 감정이 나에게 닿을 때
그 감정이 사실 그 사람의 역사일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감정을 이해한다는 건
나를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다.
감정을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나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나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세상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이 책은 나에게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감정이 왜 그렇게 소중한지 알려주는 책이었다.
감정은 나의 약점이 아니라
나의 방향을 알려주는 내부의 소리 없는 나침반이고
그 나침반을 잘 읽는 사람이
삶의 풍경을 훨씬 더 깊고 넓게 볼 수 있다.

나는 이제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이렇게 속으로 말하곤 한다.

“이 감정은 지금의 나를 해석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야.
나는 이 감정을 바라볼 수 있고,
이 감정은 나를 해치지 않아.”

감정을 구성하는 힘을 배운 순간부터
나는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주 조용하지만
삶 전체를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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