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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es That Heal – 상처를 끊고 건강하게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울 때

나는 한동안 내 마음의 특정한 부분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고, 일도 하고 사람을 만나고 대화도 했지만
내 안에는 누군가 건드리면 금방 금이 갈 것 같은 민감함과
반대로 어떤 자리에서는 감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무감함이 함께 있었다.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데 마음이 쉽게 지치고,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어쩐지 두려움이 앞섰다.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 해결되지 않은 오래된 감정의 조각들이
내 안에서 자기 방식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시기에 나는 헨리 클라우드 박사의 『Changes That Heal』을 다시 펼치게 되었다.
예전에 한 번 읽었던 책이었지만
그때는 그 깊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어쩌면 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책의 문장 하나하나가
오랫동안 언어로 설명되지 않던 내 마음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었다.

헨리 클라우드 박사는 심리학자이면서 기독교적 치유의 언어를 가진 사람이다.
그의 글은 복잡하지 않지만
우리 안의 가장 깊은 층위에 닿을 만큼 투명하다.
그는 인간의 아픔을 도식이나 개념이 아니라
‘관계의 상처’라는 현실적인 자리에서 시작해 이야기한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치유되는 곳은 언제나 관계 안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한동안 책을 덮지 못했다.
그 말이 너무 진실해서였고,
동시에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처를 입은 자리도 관계였고,
우리가 회복되는 자리도 결국 관계였다.
그리고 그 관계를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건강한 경계(boundary),
감정의 통합,
성장,
사랑받을 수 있다는 확신 같은 것들이었다.

『Changes That Heal』은 바로 그 네 가지를
구체적이고도 영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마치 내 안의 오래된 방들을 하나씩 열고
그 안에 남겨진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는 느낌이었다.

책에서 첫 번째로 다루는 주제는 **경계(boundaries)**이다.
경계라고 하면 흔히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클라우드는 말한다.
“건강한 경계는 사랑을 막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안전하게 흘러가게 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경계를 두려워했는지 깨달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했고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차갑게 거리를 두었다.
경계가 없으면 사람이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경계가 없을수록 관계는 더 빠르게 지쳐버렸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열린 마음과 분명한 경계 위에서만 건강하게 자란다.”

나는 그동안 사랑을 마음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클라우드는 사랑을 ‘구조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 구조가 깨어져 있으면
아무리 좋은 의도와 감정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관계는 균형을 잃고 무너진다.

책은 경계를 단순한 심리 기술로 다루지 않는다.
경계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부여하신
존재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조차 자신의 영역과 선택을 갖고 계셨고
우리에게도 자유를 주셨다.
그 자유는 경계였다.
다른 사람의 선택을 대신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삶을 조종할 수 없으며
나의 감정과 선택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

나는 이 부분에서
오랫동안 느껴왔던 ‘관계 피로’의 이유를 이해했다.
나는 누군가의 문제를 대신 짊어지고 있었고
누군가의 감정까지 책임지려고 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남의 영역을 떠안다 보니
내 마음은 늘 고갈되어 있었다.

경계는 차단이 아니라
사랑이 건강하게 머물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 마음은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책의 두 번째 핵심은 **분리(separation)**이다.
여기서 말하는 분리는 단절이 아니라
자기 개체성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하게 분리된 사람만이
다른 사람과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다.

클라우드는 이렇게 말한다.
“분리는 사랑을 가능하게 만들고
성숙을 가능하게 만든다.”

우리가 사람과 지나치게 얽혀 있으면
나와 상대의 경계가 흐려진다.
상대가 불행하면 나도 불행해야 할 것 같고
상대가 내 마음을 전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상대의 판단과 감정이
나의 정체성을 흔들어버리기도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유독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왜냐하면 나는 오랫동안
사람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반대로 감정적으로 멀어지는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분리의 원리를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나는 연결만을 강조했고
그 연결은 종종 얽힘이 되었고
얽힘은 피로와 두려움으로 이어졌다.

‘건강한 분리’는
다른 사람의 필요와 내 감정 사이에서
명확한 선을 긋는 일이라고
책은 말한다.
그 선이 있어야
사랑은 건강한 형태로 흐른다.

나는 이 원리를
신앙생활에서도 종종 놓쳤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나는 때때로 분리를 두려워했다.
하나님이 주신 자유로움보다
융합된 감정의 안정감을 더 원했고
그로 인해
진짜 친밀감 대신
일종의 의존적인 종교성을 붙잡고 있을 때가 있었다.

책은 그런 내적 움직임을
정확히 짚어낸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성숙한 분리가 필요하다.
자기 책임을 배우고
자유로운 선택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

이 문장은
내 신앙을 더 성숙하게 바라보게 했다.

또한 이 책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감정의 통합(attachment & emotional integration)**이다.
클라우드는 말한다.
“치유되지 않은 감정은
언젠가 삶의 다른 영역에서 되살아난다.”

나는 이 말을 읽고
머리로만 이해한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내 삶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적 반응들이
실제로 오래된 상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종종 경험했기 때문이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감정은 통합될 때 치유된다.
통합은 감정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라는
아주 단순한 인식이
치유의 첫 걸음이었다.

책은 감정을 영적 영역과 분리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하나님이 만드신 인간의 일부로 존중하며
그 감정을 하나님께 가져가는 것이
영적 성숙의 필수 과정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말에서 큰 위로를 느꼈다.
왜냐하면 내 감정이 너무 복잡하고
때로는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해
하나님 앞에서조차 솔직하게 드러내기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하나님과 나누는 것이
내적 성숙을 일으키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클라우드는 영적·감정적 성장이 단순한 의지나 결단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성장은 시간이 필요하고
경계가 필요하고
분리가 필요하고
감정의 통합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장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의 방식 안에서만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나는 이 부분에서
그동안 성장을 오해했던 내 마음을 떠올렸다.
나는 늘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고
믿음이든 인간관계든 일상이든
빠르게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을 스스로에게 걸었다.
그러한 압박은 의욕을 자극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를 지치게 하고
끝내는 포기하게 만들었다.

클라우드는 이렇게 말한다.
“성장은 시간, 공간, 사랑 속에서 자란다.”

이 문장은
성장에 대한 내 기존 관념을 완전히 재정리했다.
성장은 나를 채찍질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허락된 관계와 시간 속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저자는 성장을 네 가지 측면에서 다룬다.
첫째는 성숙한 의존이다.
둘째는 감정적·영적 융합의 해체이다.
셋째는 성인으로서의 책임을 수용하는 일이다.
넷째는 자기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하나가 결핍되면
나머지 영역도 건강하게 자라기 어렵다.

나는 특히
‘성숙한 의존’이라는 개념에서 큰 울림을 받았다.
우리는 흔히 의존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이해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게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의존은 성장을 막는다.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의존은 얽힘이 되거나
반대로 고립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동안
의존을 두려워해 왔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대는 순간
상처받을까 봐 불안했고
의존을 허락하면
나 자신이 약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혼자서 모든 것을 떠안고
홀로 해결하려는 습관이 굳어졌다.

그 습관은 겉으로는 강함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상처에 대한 방어였다는 사실을
이 책은 정확히 짚어낸다.

클라우드는 말한다.
“성숙한 사람은 건강하게 의존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 말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지키려 했던 자립심의 일부가
사실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다루는 주제는
감정적 융합의 해체이다.
감정적 융합은
누군가와 지나치게 밀착된 상태를 말하는데
이때 사람은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구분하지 못하고
관계 속에서 고유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는 이 개념을 읽으면서
특정한 관계들에서
왜 그렇게 쉽게 무너지고
왜 그렇게 감정적으로 불안정해졌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융합은 사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고르게 하지 못하고
예측할 만큼 느슨하지만
버릴 수 없을 만큼 긴장되는
복잡한 상태를 만든다.

클라우드는 말한다.
“융합은 사랑이 아니다.
융합은 관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감정의 혼란이다.”

이 문장은
관계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우리는 관계가 가까울수록
영혼이 건강하다고 믿지만
사실은 근접성이 아니라
자유와 경계, 책임이 있을 때
관계는 건강하게 자란다.

책은 이어서
성인의 책임감에 대해 말한다.
너무 뻔한 말처럼 들리지만
클라우드는 ‘책임’이라는 단어를
도덕적 개념이 아니라
정체성의 개념으로 다룬다.
자신의 감정과 선택을
누군가에게 떠넘기지 않고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사람만이
성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내가 종종 내 감정의 무게를
환경이나 타인에게 돌렸던 모습을 떠올렸다.
‘저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해서’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이런 말들에는
내 감정을 다루는 책임이 빠져 있었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감정은 당신의 소유이며
그 감정의 치유 또한
당신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나는 이 말을 읽으며
한참 동안 침묵했다.
마음이 찔렸기 때문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이 말이 나를 자유롭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치료 축은
**한계 인정(limit acceptance)**이다.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약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사랑하는 용기다.
우리는 자주
자신의 능력보다 더 많은 일을 맡고
더 많은 사람을 돕고
더 많은 감정을 떠안으려고 한다.

하지만 한계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허락한 구조이다.
그 구조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기 삶을 조절할 수 있고
지치지 않고
사랑을 지속할 수 있다.

한계를 인정하지 못한 사람은
사랑을 잃어버리고
마음이 굳어지고
지치는 데 더 빠르게 도달한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한계를 인정하는 사람만이
사랑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나는 이 문장에서
내 삶을 다시 하나하나 조명해보게 되었다.
나는 내 한계를 인정하기보다는
늘 넘어야 할 벽처럼 대했고
결국 지치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하나님이 설계하신 삶의 질서를 존중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질서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이 주시는 쉼을 누릴 수 있다.


클라우드는 성장의 네 가지 축을 설명한 뒤,
이제 그 성장이 실제 삶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보다 현실적인 장면들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 장면들은 어느 하나 과장되어 있지 않고
누구나 일상에서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그러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내면의 움직임들이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예시 중 하나는
‘거절’에 대한 설명이었다.
우리는 거절을 관계의 파괴라고 생각하지만
클라우드는 거절이 오히려
관계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거절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항상 상대에게 맞추려고 하고
자신의 감정과 필요를 억누르게 되며
결국 상대와의 관계에서도
자기를 잃어버린 채 머물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나의 지난 인간관계들을 떠올렸다.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상대가 실망하지 않게 하고 싶어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부탁도 들어주고
내 에너지를 넘어서는 감정도 받아주고
결국 지쳐버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배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클라우드는 단호하게 말한다.
“사랑은 거절을 포함한다.”

이 문장은
관계에 대한 아주 중요한 진실을 담고 있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진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구조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때로는 “안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
상대를 사랑하는 길이고
나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기도 했다.

그 말을 읽는 순간
그동안 나를 짓누르던 이상한 죄책감이
아주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나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말을
제때 하지 못한 채
혼자 버티다가
관계 전체가 무너진 적이 있었다.

경계, 분리, 감정의 통합, 성장.
이 네 가지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책은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흔히 말하는 시간 관리가 아니다.
클라우드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치유의 재료’로 다룬다.
우리는 빨리 회복되고 싶어 하지만
상처는 시간 속에서만 아물고
시간은 하나님이 우리를 빚어 가시는 과정 그 자체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시간 없이 치유는 존재할 수 없다.”

이 문장은 진심으로 나를 멈춰 세웠다.
내가 조급해지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감정의 치유도, 관계의 회복도,
내면의 통합도, 성장도
모두 시간이 필요했는데
나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해
여러 번 포기하거나
스스로를 더 다그쳤던 것이다.

클라우드는 시간의 역할을
아주 신학적으로 설명한다.
하나님의 치유는
항상 과정이라는 흐름을 따라 움직인다.
하나님은 단번에 고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계시지만
그분은 대부분
우리의 자유와 성숙을 위해
시간이라는 선물을 사용하신다.

나는 그 말에 묘하게 위로를 받았다.
왜냐하면 나는 종종
‘왜 아직도 나는 이 모양일까’
‘왜 나는 이렇게 오래 걸릴까’
이런 자책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다루시는 방식이
원래 그렇게 ‘과정 중심’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시간은 회피가 아니라
하나님이 일하시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책의 중반부쯤에 이르러
클라우드는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사랑 안에서만 변화할 수 있다.”

이 문장은
『Changes That Heal』의 핵심 문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중요하다.
변화는 의무나 자책, 혹은 비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변화는 사랑에서만 자란다.
그 사랑은 관계 속에서 주어지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향한 공감에서 비롯되기도 하며
무엇보다
하나님으로부터 흘러들어온다.

클라우드는 우리의 변화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너는 이래야 한다’고 요구하는 분이 아니라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고 선언하는 분이다.
그 사랑이
우리를 조금씩 부드럽게 하고
조금씩 진실하게 하고
조금씩 변화시킨다.

이 말은 내가 신앙생활을 하며
오랫동안 놓치고 있던 부분이었다.
나는 ‘변화해야 하나님께 사랑받는다’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분명히 말한다.
“사랑받기 때문에 변화가 시작된다.”

이 진실은
신앙과 심리의 교차점에서
가장 깊은 치유를 만들어낸다.

이 흐름을 이어
클라우드는 **사람과의 연결(attachment)**에 대해 더 깊이 말한다.
그는 우리가 누구에게도 온전히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이유를
어린 시절의 경험, 상처받은 관계,
거절의 두려움,
자기 보호 본능 같은 요소들의 조합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상처받은 관계는 관계 안에서만 회복된다.”

이 문장은 너무도 명확해서
오히려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직설적이다.
우리는 상처를 입은 관계에서 멀어지려고 하고
혼자 회복하려고 애쓰지만
진짜 회복은
안전한 사람과의 연결에서 시작된다.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경험이
우리의 내면을 서서히 치유한다.

책은 ‘연결의 능력’을
영적 성숙의 중심이라고 말한다.
하나님과의 연결,
사람과의 연결,
자기 자신과의 연결.
이 세 가지가 단단히 묶일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해진다.

나는 이 부분에서
내 안에 남아 있는 깊은 외로움의 근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외로움은 사람을 고립시키지만
연결은 외로움을 녹여내고
고립을 관계로 바꾼다.

그리고 그 관계 안에서
우리는 사랑받을 수 있다는 감각을
다시 배우게 된다.

이제 책은 마지막 주제로
**사랑의 실천(Love)**을 이야기한다.
클라우드는 사랑을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성숙의 문제로 본다.
사랑은 ‘좋아하는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이 건강하게 형성된 사람이
책임 있게 선택하고 실천하는 행동이다.

그는 말한다.
“사랑은 선택이다.”
그리고
“사랑은 관계를 향한 꾸준한 투자다.”
그리고
“사랑은 나의 감정을 정직하게 다루고
상대의 존재를 존중하는 방식 안에서 자란다.”

나는 이 부분이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오랫동안 그 문장들 앞에서 머물렀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패턴이고
결정이고
행동이었다.
그 행동은
경계와 분리, 통합과 성장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Changes That Heal』은
사랑을 감성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사랑은 영혼의 성숙에서 비롯된다는
아주 건강한 기독교적 시각을 제시한다.
이것이 이 책이 여러 해 동안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읽혀온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의 후반부에서 클라우드는
치유가 실제로 우리 삶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그 치유는 거대한 변혁처럼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오히려 치유는 삶의 작은 자리에
아주 미세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찾아온다.

예를 들면
늘 지나치게 반응하던 말에
오늘은 한 박자 늦게 반응하는 것.
상대의 감정을 내 감정처럼 떠안던 습관에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스스로를 비난하던 순간에
잠깐이라도 멈춰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이런 변화들은 거창하지 않지만
내면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클라우드는 이런 작은 변화를
“영혼의 방향이 달라지는 순간”이라고 표현한다.
그 표현이 얼마나 정확한지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영혼은 언제나 방향을 가지고 움직인다.
그 방향이 치유를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상처를 향해 되돌아가고 있는지에 따라
삶 전체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책은 계속해서
“경계를 지키는 것과 사랑을 실천하는 것 사이에
반드시 조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계만 강조하면 관계는 차갑고 멀어지고
사랑만 강조하면 관계는 얽히고 지쳐버린다.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갈 때
비로소 건강한 인간관계가 가능해진다.

나는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지키지 못했던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경계를 잃을 때는 지나치게 사람에게 기대거나
상대의 마음까지 책임지려다 지쳐버렸고
사랑을 잃을 때는
벽을 세우고 멀어지면서 마음이 점점 딱딱해졌다.
하지만 이 책은
경계와 사랑은 서로 반대되는 힘이 아니라
서로를 지켜주는 힘이라고 말한다.
하나가 지치지 않도록 다른 하나가 돕는다.

클라우드는
‘건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건강한 사랑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며
각자의 책임을 지되
마음을 열고 연결되는 것이다.”

이 문장이 내 안에서 긴 여운을 남겼다.
건강한 사랑은
누군가에게 완전히 의지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도 아니다.
그 중간 어디쯤,
하지만 정확한 지점에 자리한 부드러운 힘이다.

또한 책에서 클라우드는
“사람이 자신의 약함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짜 강해진다”고 말한다.
이 말은 많은 기독교 심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지만
클라우드 박사의 문장은
유난히 더 따뜻하고 현실적이다.
그는 약함을 받아들이는 일이
부끄러움과 무기력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말이 내 과거의 많은 순간들과 연결되었다.
나는 오랫동안
약함을 인정하면 관계에서 잃을까 봐,
약함을 인정하면 스스로 무너질까 봐 두려워했다.
그래서 나는 버티고,
조용히 참아내고,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행동했다.
그러나 그 방식은 나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천천히 무너뜨리고 있었다.
약함을 감춘다는 것은
내 감정을 나 혼자 감당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책은 분명하게 말한다.
“약함을 인정하는 사람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진짜로 설 수 있다.”
이 말은
단순한 위로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약함을 인정하는 순간
사람은 더는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되고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방어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그 순간부터
사람은 관계 속에서 진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클라우드는 이 과정을
“통합”이라고 부른다.
통합은 인간의 여러 부분들이 하나로 모아지는 과정이다.
지적 이해, 감정, 기억, 신체적 감각, 영적 경험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방향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다.
그 방향은 언제나 사랑을 향해 있다.

나는 이 설명이 너무도 실제적이고
한편으로는 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종종 신앙을
감정이나 결단만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전인(whole person)으로 창조하셨고
치유도 전인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감정만 고쳐지면 되는 것도 아니고
지식만 늘어난다고 치유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영적 경험이 깊다 해도
관계가 불안정하고 감정이 통합되지 않으면
진짜 회복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은
치유를 전인 회복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그 과정은 매우 인간적이고
동시에 매우 신적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마음을 다루실 때
어떤 한 부분만을 바꾸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 전체를 바라보시며
전체를 부드럽게 빚어 가신다.

책 후반부에서 다루는
‘감정적 성숙’에 대한 내용도 인상 깊다.
클라우드는 감정적 성숙을
단순히 ‘감정을 잘 조절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그는 감정적 성숙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현실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이 설명이 참 깊었다.
감정적 성숙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되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되
그 감정이 나의 선택과 행동을 장악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결국 그 감정을 하나님께 맡길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마지막 정의에서
영적 성숙과 감정적 성숙이
서로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감정을 성숙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영적으로도 성숙해지고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감정을 더 평화롭게 다룰 수 있다.
두 성숙은 서로 연결된 하나의 나무처럼
뿌리와 줄기처럼 함께 자란다.


책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클라우드는
관계의 치유가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히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차원을 넘어서
삶의 여러 층위에서 일어나는 변화였다.
관계는 마음의 구조를 비추는 거울처럼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상처를 받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클라우드는 “온전함”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온전함은 완벽함이 아니다.
온전함은 자기 내부의 여러 파편들이
하나씩 연결되고 정리되어 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반드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위에서 일어난다.
사람을 통해 상처받았지만
사람을 통해 회복되는 것이 인간의 구조다.

책은 ‘안전한 사람들(safe people)’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말한다.
“회복은 안전한 사람에게 마음을 열 때 시작된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가장 깊은 내적 저항을 느꼈다.
상처는 대부분 가까운 관계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넘어서는 것이
치유의 문을 여는 첫 걸음이라는 사실이
책을 통해 더욱 분명해졌다.

나는 내 삶에 있었던 안전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 알아주던 사람.
비판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조용히 기다려주던 사람.
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내 마음은 긴장을 내려놓았고
그 자리에서 조금씩 치유가 시작되었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성숙한 사랑은
상대의 약함과 나의 한계를
함께 품어내는 관계에서 자란다.”

이 말은 관계의 본질을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다.
누군가의 완벽함 때문에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약함이 안전하게 놓일 수 있는 공간이 있을 때
관계는 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공간을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내면의 치유다.

클라우드는
우리가 회복을 경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를
“자기 자신에게 너무 비판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기비판은 겉으로 보기에는 성찰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치유를 막는 큰 덩어리다.
왜냐하면 자기비판은
자신의 감정과 필요, 상처를 정직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고
늘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비판을 멈추는 순간
비로소 성장이 시작된다.”

나는 이 말에서 오래 머물렀다.
자기비판을 멈춘다는 것은
자기 합리화가 아니라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을 배우는 것이다.
자기 연민은 감정적으로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였다.
그리고 그 용기는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책은 이어서
“진짜 변화는
하나님과의 깊은 신뢰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는
하나님께 무조건 순종한다는 종교적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신을 숨기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약함을 인정하며
내가 가진 상처의 깊이를 솔직하게 보여줄 때
하나님과의 관계는 비로소 깊어진다.

나는 이 개념이 여러 모로 놀라웠다.
왜냐하면 나는 오랫동안
하나님 앞에서는 강해야 한다고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말한다.
“하나님 앞에서는 강하려 하지 말라.
정직하라.”
이 말은 내 신앙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끌었다.
정직함은 감정의 진실성을 의미했고
그 진실성이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책은 마지막으로
“사랑을 선택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선택이며
그 선택은 매일 새롭게 이루어진다.
사랑을 선택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라는 기대를 내려놓고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관계적 공간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다.

그 공간에는
경계가 있고
정직함이 있고
책임이 있고
자유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의 존재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

책의 끝에 다다를수록
나는 이 책이 단순한 심리학 책이 아니라
신앙과 삶을 잇는 다리라는 사실을 더 강하게 느꼈다.
성숙은 영적이고
영적 성숙은 심리적 성숙과 분리될 수 없으며
관계의 회복은 결국
하나님이 우리 안에 심어 놓으신
사랑의 구조를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나는 이전과 다른 종류의 침묵 속에 있었다.
무언가를 당장 변화시켜야 한다는 조급함이 아니라
오늘만큼은
나의 감정을 좀 더 부드럽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어떤 관계에선
조금 더 분명한 경계를 선택할 수 있을 것 같고
어떤 순간에는
나의 약함을 조금 더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그런 조용한 변화가 고요하게 자리 잡았다.

『Changes That Heal』은
크고 화려한 변화가 아니라
삶의 아주 작은 부분부터 다시 살아나게 만드는 책이다.
그 변화는 느리지만
확실하고
지속적이며
우리의 삶을 안정된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나는 책을 덮고 난 뒤
한 가지 기도를 하게 되었다.
오늘보다 조금 더 건강한 마음을 갖게 해달라는 기도.
오늘보다 조금 더 분명한 경계를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기도.
오늘보다 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진실하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는 기도.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안에 아직 치유되지 않은 영역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하나님께 조용히 내어드릴 수 있는 은혜를 구하는 기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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